나는 정보보호병이었지만 우연히 특수전사령부의 직할부대인 123정보통신단으로 가게 되었다.
특수전사령부에서는 공수훈련이라는 것을 받을 수 있는데 특전병 뿐만 아니라 특전사에 있는 모든 병사나 간부들은 공수훈련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나는 원래 이등병 때부터 공수훈련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지만, 기본체력(달리기,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이 모두 2급이 되어야 공수훈련을 받을 수 있는데 내가 너무 나태한 나머지 병장이 될 때까지 운동을 미루기만 했다. 결국 조기전역 2달 전이 되어서야 정신을 차렸다. 22년 5월 15일이 내 조기전역 날짜였고 공수훈련 입교는 22년 4월 22일. 전역 전 마지막 기회였다. 2월 말이 되어서야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인지하고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팔굽 52개, 윗몸 53개, 달리기는 원래 1급이 나왔었다. 원래 자대에서 체력 측정을 하고 합격을 해야 입교 명령을 내주는데 나는 측정 당일에 윗몸이 57개...였음에도 불구하고 중대장님이 한 달 남았으니까 열심히 해보라고 입교명령을 내주셨다. 전역전 마지막 기회라서 중대장님이 기회를 주셨다. 그렇게 꾸준히 운동을 했고 4월 22일 입교 후 4월 25일 특수전학교에서 팔굽혀펴기 64개, 윗몸일으키기 78개로 합격했다.
아래가 2급이다.
달리기 3KM 13분 32초 ~ 14분 34초
팔굽혀펴기 56~63개
윗몸일으키기 70~77개
공수 훈련은 3주 훈련으로 1주차, 2주차, 3주차로 나눌 수 있다. 1주차는 체력단련과 착지, 공중동장, 모형문을 위주로 훈련하고 2주차는 모형탑에서 실제로 배웠던 것들을 짚라인을 타면서 복습한다. 3주차에는 배운 것들로 강하를 하게 된다.
1주차
4월 26일 (화)
보통 1주차 때는 1교시에 공수체조, 2~9교시는 착지, 공중동작, 모형문을 2시간씩 나눠서 훈련한다. 마지막 10교시에 달리기를 한다. 이 날은 입교식이 있어서 입교식을 하고 공수체조를 시작했다. 공수체조가 끝난 뒤 '유격보다 할만한데..?'라고 생각했었다. 2~9교시 동안 수업을 듣는데 교육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집중해서 들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 뒤로 10교시 달리기를 하는데 누군가가 예비낙하산을 정리하면서 던진 듯하다. 이 날은 2.5KM를 달렸는데 8~10KG정도하는 예비낙하산을 들고 뛰었다. 이건 좀 힘들었다...
4월27일 (수)
이 날 아침부터 허벅지 근육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근데 막상 공수체조를 시작하면 다리가 잘 움직이더라. 이 날도 1교시 공수체조 때 할만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근데 어제와 다르게 2~9교시 동안 뛰어다녀야되는 시간이 많아서 꽤 힘들었었다. 이 날부터 달리기 코스 중에 껄떡고개라는 곳을 지나는데 오르막이 꽤 심하다. 그래도 할만했다고 생각한다.
4월 28일 (목)
이 날은 10교시 달리기가 너무 힘들었다. 껄떡고개를 지나서 격납고 쪽에서 공수체조를 하는데 너무 힘들어서 기억조차 잘 나지 않는다. 심지어 8, 9교시가 공중동작이었는데 2시간 동안 뛰어다니다가 10교시를 바로 들은 거라서 너무 힘들었다.
4월 29일 (금)
1교시 공수체조.... 정말 죽고 싶었다. 날이 지날수록 허벅지 근육은 비명을 질러대는데 제일 빡센 날이었다. 이 날 공수체조를 한 15분 한 것 같은데 50분 지나가있었다. 심지어 지금 생각해봐도 기억이 잘 안난다. 처음 체조 시작 갯수가 17개 였는데 반복구호가 나오거나 동작이 이상한 사람이 한 명이라도 나오면 개수가 2배로 늘었다. 17회, 34회, 68회, 136회, 272회... 공수체조 4번 136회, 7번 272회가 기억난다. 진짜 퇴교하고 싶었는데...
2주차
2주차는 1교시 공수체조만 하고 10교시 달리기는 하지 않았다. 그래도 꽤 힘들었던 것 같다. 2~9교시 때 개처럼 뛰어다니니까 몸이 녹초가 된다. 모형탑도 탔고 2~9교시에 평가도 봤다. 딱히 인상깊은 주차는 아니었다.
3주차
5월 9일 (월) 기구 강하 2회
이 날 기구 강하를 2번 했다. 심지어 나는 전입장병들 142명? 중에 첫번째 강하자였다. 기구가 제일 높게 올라가서 300M 에서 뛰어내릴 때 무섭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들었다.(1980년도 부터 기구 강하 때 낙하산이 한 번도 안 펴진 적이 없다고 해서 낙하산을 많이 믿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냥 아무생각 없이 뛰어내렸다. 뛰고 나서 '일만 이만 삼만 산개검사'가 나와야하는데 '일만'을 외치자마자 속으로 '으....욱..읍...'이랬다. 떨어지는 그 감각이 너무 소름돋는다. 낙하산이 펴지고 통제탑이 말한 방향을 바라봤다. 그 뒤로 통제탑 지휘만 기다리고 있는데 위에서 누군가 기구 케이블에 접근했었는지 아래 트럭이 크랙션을 엄청 울려댔다. 케이블에 접근하고 있는게 나인가 싶어서 엄청 당황했고 나는 아래있는 지상 근무자의 통제를 듣지 못했다. 그대로 러닝으로 착지를 했다.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다. 내려가서 낙하산을 정리하는데 교관이 엎드리라고 해서 엎드렸다... 그 뒤로 기합받고 낙하산을 메고 집결지로 뛰어가는데 진짜 힘들더라... 오후에도 기구 강하를 했는데 2번째는 통제탑 말 잘 듣고 착지도 잘 했다.
5월 10일 (화) CH-47D
이 날은 전 날에 낙하산을 안 받아서 강하를 안하는 줄 알았는데 당일 아침에 낙하산을 받고 CH-47D라는 헬기?를 탔다. 꼬리문이 개방되는 헬기인데 헬기 안에서 흔들리는게 심해서 꽤 무서웠다. 특히 기체 소리가 고막과 가슴이 울릴정도라 많이 쫄았다. 강하 준비를 위해 꼬리문 위에 섰을 때 별로 무섭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기체 소리 때문에 그냥 빨리 뛰어내리고 싶었다. 뛰고 나니까 산 위에 있더라. 집결지 가운데로 조종줄을 당기고 통제탑 지휘에 따라 안전하게 착지했다. 확실히 기구보다 안 무섭고 한 번 더 타고 싶다. 나름 재밌었던 것 같다.
5월 11일 (수) C130H-30
성남비행장까지 가서 C130H-30이라는 비행기를 탔다. 어제 헬기를 타고 멀미를 했던 사람들은 바짝 쫄아있었던 것 같다. 나는 멀미는 안 하고 기체 소리 때문에 좀 싫었다. C130은 모형문에서 뛰어내리는 연습을 많이 했는데 실제랑은 많이 달랐다. 우측문 3번째 강하자였는데 생명줄 고리를 던지자 마자 옆에 있던 안전근무자가 낙하산 가방을 잡고 문에서 떠미는 바람에 배웠던 스탭은 하나도 못 써보고 뛰어내렸다. 낙하산이 펴지기 전 기분이 제일 신기했다. 몸에 비행기를 따라 옆으로 날아가다가 아래로 떨어지는데 스릴있다..? 낙하산이 펴지고 나니까 진짜 높다는생각이 들더라. 어제 탔떤 헬기보다 좀 더 높았던 것 같다. 낙하산을 편채로 3분은 떠있었다. 이 날도 안전하게 착지했다. 근데 막상 착지를 하고 나니 1주차, 2주차 때 고생했던 걸 생각하면 4번 강하하는게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웠다.
4번 강하를 월, 화, 수에 걸쳐서 모두 마쳤기 때문에 목요일에는 지상도우미나 낙하산만 포장했다. 낙포 20개는 한 것같다...
점점 갈수록 대충쓰고 있는데 어차피 나중에 읽을 사람은 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겠지...
마지막으로 굉장히 인상깊은 훈련이었다.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교관님들에게 전하지는 못했지만 마음속으로 정말 깊이 감사하고 있다. 우리가 다치지 않게 일부로 기합도 더 많이 주고 군기잡힌 모습을 유지시키느라 힘들었을 듯 하다. 낙하산을 4번 탔던 기억과 함께 교관님들에게 감사한 마음도 잊지 않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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